fns를 만든 이유: 저는 단축키 중독자입니다.
저는 단축키 중독자입니다. 마우스 쓰는 시간이 1초라도 줄어들면 그게 어디서 절약된 건지 다 기억합니다. 그래서 키보드 위에서 모든 걸 처리하려는 욕심이 있고, 그 욕심을 채워줄 도구를 오랫동안 찾아왔습니다.
찾아 헤매던 끝에 깨달은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요즘 핵심 단축키는 이미 빅테크 격전지가 됐다는 것입니다. Alfred와 Raycast가 ⌘ + Space를 두고 경쟁하고, ChatGPT와 Claude가 ⌥ + Space를 두고 경쟁합니다. 글로벌 단축키 한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곧 사용자 락인의 시작점이 됐습니다.
그 사이에서 거의 비어 있는 키가 하나 있었습니다. 키보드 왼쪽 아래, fn 키입니다. 모디파이어 중 가장 손가락이 닿기 쉬운 자리에 있는데, 정작 macOS 기본 동작은 이모지 피커를 띄우는 정도입니다. 어느 빅테크 앱과도 충돌하지 않습니다. 비어 있는 자리에 잠재력이 있다는 걸 깨달은 게 시작이었습니다.
AI 시대 생산성은 왜 이렇게 답답한가
요즘 사용자가 AI를 쓰는 모습을 보면 어떤 부조리가 있습니다. 분명 도구는 강력해졌는데, 실제 작업 흐름은 오히려 더 파편화됐습니다.
문서를 쓰다가 AI에게 물어보려고 별도 앱을 띄우고, 답을 받아 복사해서 원래 작업으로 돌아옵니다. 코드를 짜다가 한 줄 검색하려고 브라우저로 전환했다가, 마침 알림이 떠서 흐름이 끊깁니다. 슬랙에서 텍스트를 받아 적어 정리해야 하는데, 정리하는 동안 또 다른 알림이 떠 컨텍스트가 바뀝니다.
이런 컨텍스트 스위칭은 생각보다 비쌉니다. 작업 사이에 손이 마우스로 가고, 시선이 다른 창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이 머리에 담아두었던 생각이 흩어집니다. 1인 기업가, 프리랜서, 디자이너, 개발자처럼 키보드로 하루 종일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비용이 누적되어 하루의 절반을 갉아먹습니다.
AI를 잘 쓴다는 건 모델을 잘 고르는 게 아닙니다. 작업 흐름에 끼워 넣는 거리가 얼마나 짧은지가 더 중요합니다.
기존 도구들의 한계
기존 단축키 생산성 도구들은 공통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입니다.
Karabiner-Elements, Keyboard Maestro, Hammerspoon 같은 도구는 강력합니다. 정말 강력합니다. 그런데 처음 쓰는 사람한테는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단계에서 무너집니다. 초기 세팅에 며칠이 들고, 학습 곡선이 가파릅니다. 통계적으로 봐도 다수의 사용자가 중간에 포기합니다.
Raycast, Alfred 같은 검색 기반 런처도 가볍지 않습니다. 단순 검색만 쓰면 모르겠지만, 워크플로우와 확장 기능까지 제대로 활용하려면 결국 문서를 한참 보고 익혀야 합니다. 게다가 파워 유저가 원하는 디테일 — 좌우 모디파이어 구분, 모디파이어 연속 입력으로 다른 동작 호출, 사용자가 정의한 단축키로 또 다른 단축키 체이닝 — 같은 건 어느 순간 한계를 만납니다.
결국 시장 전체가 숙련자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큰 빈자리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5분 안에 세팅할 수 있으면서도, 깊게 파면 한 달 내내 커스텀할 수 있는 도구. 그게 가능할까?
텍스트 대치 하나만 봐도
작은 예로 텍스트 대치를 봅시다. macOS 기본 텍스트 대치는 너무 단순합니다. ;eml을 치면 이메일 주소가 들어가는 정도. 그것도 서드파티 브라우저나 Slack, Electron 앱에서는 동작이 안 되거나 깨집니다.
반대로 TextExpander나 Espanso 같은 도구는 모든 걸 다 합니다. 그런데 처음 쓰는 사람이 “내일 날짜를 자동으로 넣고, 그 다음 커서 위치는 줄 끝에서 두 칸 안쪽으로, 그리고 클립보드 내용을 끼워 넣어줘”를 하려면 매뉴얼을 한참 봐야 합니다.
fns에서는 처음 쓰는 사람은 풍부한 템플릿 중에 골라 클릭만 하면 됩니다. 동시에 파워 유저는 커서 위치 제어, 입력 값 조절, 날짜 자동 입력 같은 세부 옵션을 그대로 다룰 수 있습니다. 시작은 쉽고, 가면 갈수록 깊어진다 — 이게 모든 기능에 적용된 원칙입니다.
fns의 접근법
그래서 fns는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fn 키를 기본 글로벌 트리거로 삼습니다. 어느 빅테크 앱과도 충돌하지 않는 비어 있는 자리니까요. 다만 사용자가 원하면 다른 단축키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Cmd+Space, Option+Space, Caps Lock까지 — 어떤 키든 매핑 가능합니다.
AI를 작업 흐름 안으로 끌어들인다. 텍스트 입력이 가능한 어떤 환경에서든 fn 단축키 하나로 Claude, Gemini 같은 클라우드 LLM이나 Apple Foundation Model, Windows Foundry Local 같은 온디바이스 LLM을 즉시 호출합니다. 별도 앱을 띄우지 않아도, 복사·붙여넣기 없이도 AI가 작업 흐름의 일부가 됩니다.
초보자도 파워 유저도 모두 만족한다. AI 기반 초기 설정 도우미와 풍부한 템플릿으로 누구나 빠르게 작업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동시에 모디파이어 연속 입력, 좌우 모디파이어 구분, 사용자 단축키 체이닝 같은 고급 옵션도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충돌은 최소화한다. 단축키가 다른 앱과 부딪히지 않도록 정교한 바인딩 시스템을 넣었습니다. 다른 앱이 잡고 있는 키와는 자동으로 비켜갑니다.
누구를 위한 도구인가
fns는 디지털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사람들 — 1인 기업가, 프리랜서, 디자이너, 개발자, 작가 — 을 위한 도구입니다. 반복 작업으로 새는 시간을 줄이고, AI를 작업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어 생각이 끊기지 않도록 돕는 게 목적입니다.
지금까지 생산성 도구는 대부분 숙련자 중심으로 만들어졌습니다. fns는 그 흐름을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쓸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파고들고 싶은 사람한테는 끝없이 깊어야 한다. 이게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은 원칙이었습니다.
앞으로
fns에는 여덟 가지 핵심 기능이 들어갑니다: Text, Speech, Clipboard, Query, App Launcher, Scroll, Zoom, Click Mode. 새 맥을 처음 세팅할 때 제가 가장 먼저 깔고 싶은 것들입니다.
써보고 결정하고 싶다면 브라우저에서 체험해보세요. fn 키로 또 뭘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다들 모르는 맥북 fn 키 단축키 글도 같이 읽어보세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fn 키도 고마워할 거예요.